사람보다 30배 높은 에너지, 인공 근육 개발

고무처럼 유연하게 늘어나면서도 필요할 때는 강철같이 단단해지는 인공 근육이 개발되었다. 이번 성과는 국내 연구진이 만들어낸 성과로 단순히 사람의 근육을 모방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사람 근육보다 30배 이상 높은 에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새로운 인공 근육은 로봇공학 웨어러블 의료 보조 장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 가능성이 기대되며 기술 발전이 사람의 삶과 사회 전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강성과 유연성을 모두 갖춘 혁신적 근육

인공 근육 기술은 그동안 주로 소프트 로봇이나 웨어러블 기기에 적용할 수 있도록 개발되어 왔다. 그러나 기존의 소프트 인공 근육은 유연성과 부드러움이 장점이지만 무거운 하중을 지탱하거나 강한 힘을 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사람의 근육은 수축을 통해 물체를 들어 올릴 수 있지만 인공 근육은 강도가 부족해 실제 생활에서 활용도가 낮았다. 이번 연구팀이 만든 근육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다. 근육이 하중을 버텨야 하는 상황에서는 강철처럼 단단해지고 물체를 들어올리거나 움직일 때는 부드럽게 늘어나 수축할 수 있다. 자기 무게는 1.25g에 불과하지만 무려 5kg 하중을 지탱할 수 있어 자기 무게 대비 약 4000배의 힘을 발휘한다. 동시에 부드러운 상태에서는 12배까지 길이가 늘어나 기존 한계를 넘어섰다.

이처럼 두 가지 상반된 성질을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다는 점은 로봇이나 웨어러블 기기에 적용했을 때 실제 사람과 유사한 움직임과 힘을 구현할 수 있게 해준다. 예를 들어 로봇 손이 물건을 집을 때는 부드럽게 조절하다가 무게가 큰 물체를 들어 올릴 때는 단단하게 고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기술은 사람과 로봇이 함께 생활하는 미래 사회에서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

사람 근육을 뛰어넘는 에너지 효율

연구팀이 발표한 수치에 따르면 인공 근육은 기존 사람 근육의 한계를 크게 뛰어넘는다. 사람 근육은 평균적으로 약 40퍼센트 정도 수축할 수 있지만 이번 인공 근육은 원래 길이의 86.4퍼센트까지 수축해 두 배 이상 뛰어난 변형률을 보였다. 또한 작업 밀도는 무려 1150 kJ/㎥에 달하는데 이는 사람 근육보다 약 30배 높은 수치다. 작업 밀도란 동일한 부피에서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인공 근육의 성능을 가늠할 수 있는 핵심 척도다.

기존 인공 근육은 잘 늘어나면 힘이 약하고 힘이 강하면 늘어나지 않는 근본적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이 두 조건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성과는 인공 근육이 단순히 실험실 수준의 기술을 넘어 산업적 활용이 가능한 수준으로 발전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 웨어러블 로봇이나 재활치료 기기에 적용될 경우 환자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착용할 수 있는 가볍고 강력한 보조 장치가 가능해진다. 더 나아가 로봇 팔이나 로봇 다리에 이 기술이 적용된다면 사람보다 훨씬 강한 힘을 발휘하면서도 정밀하게 움직일 수 있는 로봇이 탄생할 수 있다.

형상기억고분자와 자성 입자의 결합

연구팀은 소재 설계에서 혁신적인 접근을 했다. 인공 근육에 사용된 소재는 형상기억고분자로 화학적 결합과 물리적 결합을 동시에 활용해 강성과 유연성을 조절한다. 화학적 결합은 고분자 사슬을 단단히 묶어 구조적 강도를 유지하도록 하고 물리적 결합은 열 자극에 따라 끊어졌다가 다시 이어지며 근육이 부드럽게 늘어나도록 한다. 이중 결합 구조 덕분에 근육은 필요할 때는 강해지고 필요할 때는 유연해질 수 있다.

여기에 연구팀은 자성 입자를 추가해 근육의 움직임을 더욱 정교하게 제어할 수 있도록 했다. 표면을 특수 처리한 자성 입자는 물리적 결합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외부 자기장을 통해 근육을 움직일 수 있게 한다. 실제 실험에서는 자기장을 활용해 근육이 물체를 집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열과 자기장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향후 다양한 환경에서 인공 근육을 원격 제어하거나 복잡한 동작을 수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활용 가능성과 미래 전망

인공 근육 기술은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될 수 있다. 소프트 로봇은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데 있어 부드러운 움직임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일정 수준 이상의 힘도 요구된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어 로봇이 인간 사회에서 보다 자연스럽게 활동하는 길을 열 수 있다. 예를 들어 노인 돌봄 로봇이나 가사 보조 로봇은 가벼운 물건뿐 아니라 무거운 물건도 다룰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웨어러블 로봇에 적용하면 근력 보조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 환자의 재활 치료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는데 환자가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경우 인공 근육을 장착한 장치가 움직임을 도와 근육 회복을 촉진할 수 있다.

산업 현장에서도 활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고강도의 인공 근육을 장착한 로봇은 위험하거나 힘든 작업을 대신 수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건설 현장에서 무거운 자재를 들어 올리거나 정밀하게 배치하는 일을 로봇이 수행할 수 있다. 또한 우주 탐사와 같은 특수 환경에서도 강력하면서도 유연한 구동 장치는 필수적이다. 인공 근육은 기존 전자 모터 기반 시스템보다 훨씬 가볍고 효율적이어서 극한 환경에서도 유리하다.

결론적으로 이번 인공 근육 개발은 단순한 실험적 성과를 넘어 기술적 한계를 극복한 중요한 진전이다. 강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구현해 실제 사람 근육을 뛰어넘는 성능을 보여준 이번 연구는 로봇공학 의료 웨어러블 산업 전반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앞으로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인간과 기계가 보다 안전하고 유연하게 협력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