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을 일상으로 돌려놓는 문화정책의 숙제

추석이 다가오면 한복을 꺼내 입던 풍경은 어느새 사라진 지 오래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펼치는 추석 한복 캠페인은 과거의 관습을 단순히 복원하는 차원을 넘어 한복의 사회적 의미를 재정립하려는 시도다. 한복 교환 장터와 리폼 워크숍 전통 문양 체험 등 참여형 프로그램을 통해 한복을 소비 대상이자 전시물로 머무르게 하지 않고 생활문화로 확산하려는 전략은 긍정적이다. 다만 정책적 효과를 생활로 연결하려면 기획 이상의 후속 조치와 현실적인 과제가 남아 있다. 본 칼럼은 이번 캠페인의 의의와 한계 향후 과제를 세 가지 논점으로 짚어본다.

한복 캠페인의 의미와 문화적 효과

첫째 이번 캠페인은 전통 복식을 보존하는 수준을 넘어 문화적 자원을 재발견하는 공공정책의 한 사례다. 한복은 단순한 의상 그 이상으로 신분과 계절 공동체적 의례의 상징을 담은 복합적 문화유산이다. 따라서 한복을 일상으로 불러오는 정책은 문화 자산의 활성화로 이어질 잠재력이 크다. 한복 교환 장터는 의복의 순환경제를 촉진하고 리폼 프로그램은 전통과 현대의 접점을 보여준다. 온라인 사진 공모전과 외국인 대상 행사로 캠페인을 확장한 점도 한복을 내수 중심의 전통상품에서 관광 콘텐츠와 문화 수출로 연결하려는 복합적 전략을 엿보게 한다. 공공 마스코트의 한복 착용이나 해외 전광판 영상 송출은 상징적이지만 문화의 가시성을 높여 대중의 관심을 환기할 수 있다.

일상화의 장애: 착용의 불편과 사회적 인프라

둘째 한복을 일상화하려면 지금보다 더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한복은 형태와 소재가 다양하고 착용법도 복잡해 일반 대중이 일상복처럼 소화하기 어렵다는 점이 존재한다. 체험 행사에서 한복을 입어보는 경험은 중요하지만 지속성을 담보하지 못하면 일시적 이벤트에 그칠 우려가 크다. 이를 극복하려면 편안하고 유지 관리가 쉬운 생활 한복의 보급, 한복 대여와 수선 인프라의 확충, 공공장소에서의 보관과 탈의 공간 마련 등 물리적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또한 직장과 학교에서 한복 착용을 자연스럽게 허용하거나 특정 요일을 정해 참여를 유도하는 정책적 인센티브도 고려할 만하다. 이러한 제도적 뒷받침 없이는 캠페인의 효과가 행사 기간으로만 국한될 가능성이 크다.

세대와 계층을 아우르는 포용적 확장 전략

셋째 한복 문화를 확장하려면 세대 간·계층 간 간극을 메우는 포용적 전략이 필요하다. 젊은 층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패션과 디자인, 실용성을 강화한 생활한복 라인 개발과 SNS 친화적 콘텐츠가 필수적이다. 반대로 중장년층과 노년층에게는 전통의 의미를 되살리는 교육과 체험이 더 큰 설득력을 갖는다. 또한 가격과 접근성의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한복은 일부 계층의 전유물로 남을 위험이 있다. 따라서 기증 교환 장터 같은 프로그램은 접근성 개선의 첫걸음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공 임대 수선 지원과 소규모 자영업자 대상 한복 관련 창업 지원을 통해 경제적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교육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협업으로 지역 특화 한복 축제를 활성화하면 지역경제와 문화 자산을 동시에 살리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결론: 한복의 일상화는 정책의 연속성과 사회적 합의가 관건

한복 캠페인은 추석빔의 아름다움을 되살리고 한복을 문화적 일상으로 끌어들이려는 바람직한 시도다. 그러나 행사와 홍보에 그치지 않고 진정한 변화를 만들어 내려면 환경 인프라 디자인 산업과 교육정책을 아우르는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일상화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제도적 뒷받침과 사회적 합의를 통해 가능해진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단발성 이벤트 대신 한복을 둘러싼 생태계를 체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디자이너와 제작자, 교육자와 지자체가 협력해 한복을 입기 쉬운 환경을 만들고, 사회 전체가 한복 착용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문화적 분위기를 조성할 때 비로소 한복은 다시 일상 속으로 스며들 것이다. 추석 한복 캠페인은 출발점에 불과하다. 그 다음 단계가 진짜 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