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자, 돌연사 방지 첫걸음

심뇌혈관질환은 뇌졸중 심근경색 협심증처럼 심장이나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발생하는 질환을 통칭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사망원인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심장질환으로 연간 6만5천여 명 뇌혈관질환으로 약 4만 명이 각각 사망했다. 이는 전체 사망자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며 암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사망 원인이다. 심뇌혈관질환의 무서운 점은 별다른 예고 없이 갑작스럽게 발생한다는 점이다. 증상이 드러났을 때는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여서 치료가 어렵다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발병을 줄이기 위해서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흡연 같은 위험 요인을 관리하는 것과 함께 생활 속에서 꾸준히 신체활동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 합의문과 9가지 생활수칙

이러한 배경에서 대한심뇌혈관질환예방학회는 예방의학 순환기내과 내분비내과 신경과 등 다양한 분야의 의료진과 식품영양 운동치료 전문가들이 참여해 신체활동 중심의 예방 합의문을 발표했다. 이 합의문은 1년간 국내외 연구 자료를 검토하고 토론한 결과로 마련되었으며, 누구나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9가지 생활수칙을 제시한다. 대한내과학회지 최신호에도 관련 논문이 게재되어 학문적 근거를 확보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최성희 교수는 신체 활동이 심혈관질환 예방의 핵심 전략임을 강조하면서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당뇨병 같은 주요 위험 요인을 줄이고 체력과 대사 건강을 증진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운동은 심장 기능 향상과 염증 감소에도 효과가 있어 노인과 환자 모두에게 유익하다고 말했다.

심뇌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구체적 지침

합의문에서 제시한 생활수칙은 구체적이면서도 실천 가능한 방향을 담고 있다.

첫째, 장시간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고 최소 30분에서 60분마다 몸을 움직여야 한다. 사무실 근무 운전 TV 시청 등 좌식 생활이 길어지면 혈관과 대사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 스트레칭이나 가벼운 걷기만으로도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둘째, 주 150분 이상의 중강도 유산소 운동을 해야 한다. 빠르게 걷기 자전거 타기와 같은 활동을 주 150분 또는 고강도 운동 75분 이상 하면 발병률과 사망률이 감소한다.

셋째, 근력 운동을 주 2회 이상 병행해야 한다. 아령 밴드 맨몸 운동 등을 통해 큰 근육군을 강화하면 혈압 혈당 지질 개선에 도움을 주고 낙상 위험도 낮출 수 있다.

넷째, 65세 이상 노인은 균형 기능 근력 유연성을 복합적으로 강화하는 운동을 주 3회 이상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노인의 낙상 예방과 일상생활 능력 유지에 직결된다.

다섯째, 임신 중이나 출산 후 여성도 의학적 조언을 받아 안전한 범위 내에서 중등도 신체활동을 유지해야 한다. 이는 임신성 당뇨나 과체중 위험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여섯째, 이미 심뇌혈관질환을 진단받았거나 고위험군에 해당한다면 의학적 평가를 거친 후 맞춤형 운동 계획을 세워야 한다. 심전도 심초음파 검사와 재활 전문의 상담이 필요하다.

일곱째, 장애가 있는 경우에도 가능한 범위 내에서 활동을 시작해야 한다. 낮은 강도의 운동부터 시작해 빈도와 시간을 점차 늘리면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여덟째, 일상생활 속 작은 습관이 중요하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거나 한 정거장 먼저 내려 걷는 것만으로도 총운동량을 크게 늘릴 수 있다.

아홉째,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사회적 환경적 지원이 필요하다. 걷기 좋은 보행로 자전거도로 공원 같은 인프라와 모바일 걷기 프로그램 등이 마련되어야 국민 전체의 활동량이 늘어난다.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

결론: 예방의 일상화가 필요하다

심뇌혈관질환은 발병 이후 치료가 어렵고 사회적 비용도 막대하다. 그러나 생활습관을 조기에 관리하면 충분히 예방 가능하다. 이번 합의문이 강조하는 9가지 생활수칙은 단순한 권고가 아니라 일상 속 실천 지침이다. 개인의 노력과 더불어 사회적 환경이 조성될 때 예방 효과는 극대화될 수 있다. 국민 모두가 신체활동을 생활화하고 정부와 지역사회가 이를 뒷받침한다면 심뇌혈관질환으로 인한 사회적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