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자영업의 현실, 팍팍한 민생의 현주소 직시
거리마다 즐비했던 소상공인 점포들이 하나둘 문을 닫고 있다. 불 꺼진 상가 건물은 경기 침체의 생생한 증거이며, 그 앞을 지나는 시민들의 마음도 무겁게 한다. 자영업은 한국 경제의 뿌리와도 같은 영역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고금리, 고물가, 소비 위축의 3중고는 그 뿌리를 뒤흔들고 있다. ‘무너지는 자영업’이라는 말이 더 이상 과장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민생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자영업자들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의 민생이 얼마나 팍팍해졌는지 알 수 있다.
끝없는 적자와 줄어드는 손님
전국 자영업자 상당수는 매출 감소와 임대료, 인건비 부담 사이에서 버티고 있다.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급격히 늘어난 대출은 아직 갚지 못한 상태인데, 기준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이자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여기에 원자재와 식자재 가격 상승이 겹치면서 ‘팔수록 손해’라는 말까지 나올 지경이다. 최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자영업자 폐업률은 개업률을 웃돌고 있다. 특히 골목상권을 지탱하던 음식점과 소매업은 매출이 줄어든 지 오래다. 외식 대신 집밥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고, 온라인 쇼핑이 생활화되면서 발길이 끊겼기 때문이다. 손님이 줄어드니 가격을 올리고 싶어도 올릴 수 없고, 그렇다고 버티기도 힘든 악순환이 반복된다. 결국 버티다 못해 문을 닫는 가게가 속출한다. 그러나 가게를 정리해도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권리금과 인테리어 비용 등 초기 투자비를 회수하지 못해 빚만 남는 경우가 많다. 자영업자에게 ‘폐업’은 단순한 사업 종료가 아니라 삶의 붕괴로 이어진다.
불안정한 고용과 흔들리는 지역경제
자영업이 무너지면 지역 경제 전체가 흔들린다. 소상공인은 단순히 개인의 생계 수단이 아니라, 지역 사회의 고용을 떠받치는 기둥이다. 편의점, 식당, 미용실 등 동네 가게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과 직원들은 지역 주민이 많다. 하지만 자영업자 사정이 나빠지면 가장 먼저 줄이는 것이 인건비다. 이는 곧바로 고용 불안으로 이어지고, 취약계층의 생계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특정 업종이나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울 도심뿐만 아니라 지방 중소도시, 농어촌 마을까지 자영업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무너지면 지역 소비가 위축되고, 이는 다시 다른 자영업자의 매출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는다. 지역 공동체의 활력이 사라지고 상권이 황폐화되면, 빈 상가만 늘어나는 ‘도심 공동화 현상’으로 번질 우려도 크다. 결과적으로 자영업의 위기는 곧 지역 경제의 위기이자 국가 경제의 체력 저하로 이어진다.
구조적 문제와 정책적 한계
자영업 위기는 단순한 경기 침체 탓만은 아니다.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와 정책적 한계가 겹쳐진 결과이기도 하다. 첫째, 자영업 종사자 비중이 과도하게 높다. 제조업이나 전문직으로 흡수되지 못한 인력이 자영업으로 몰리면서 과잉 경쟁이 심화됐다. 같은 거리에서 유사 업종이 과밀하게 생겨나는 현상은 이제 낯설지 않다. 둘째, 불완전한 사회 안전망도 문제다. 폐업한 자영업자는 실업급여조차 받을 수 없고,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셋째, 정책의 실효성 부족도 지적된다. 정부와 지자체가 소상공인 지원 대책을 내놓지만, 단기적 대출 지원이나 임대료 보조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정작 필요한 것은 자영업 구조조정과 업종 전환 지원, 디지털 전환 역량 강화 등 중장기 대책이다. 또한 대기업 유통 채널의 확장과 플랫폼 독과점에 대응할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이 절실하다. 자영업을 단순히 ‘보호해야 할 계층’으로만 보는 시각을 넘어서, 지속 가능한 경제 주체로 만들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결론: 민생을 살리는 해법은 구조적 전환
무너지는 자영업의 현실은 단순한 산업의 위기가 아니라 민생의 균열을 보여준다. 자영업자들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어야 소비가 살아나고, 일자리가 늘고, 지역 공동체도 유지된다. 따라서 자영업 문제 해결은 곧 민생 문제 해결과 직결된다. 무엇보다 정책은 단기적 지원에 그쳐서는 안 된다. 자영업 생태계의 체질 개선과 구조적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과잉 경쟁을 완화하고, 새로운 산업으로의 전환을 지원하며, 디지털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사회 안전망을 강화해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자영업자의 눈물을 줄이는 일은 곧 국민 모두의 삶을 지키는 일이다. 팍팍한 민생의 현주소를 직시하고, 이제는 근본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