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층 유튜브 의존과 중독의 그림자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지금 노인들의 일상에서 디지털 미디어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특히 유튜브는 간단한 조작만으로 다양한 정보와 오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고령층이 가장 많이 의존하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용 편의성의 이면에는 중독과 편향된 정보 소비라는 심각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최근 전문가들은 유튜브 알고리즘이 노인들의 인지적 특성과 맞물려 정신 건강과 사회적 관계를 해치는 주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유튜브를 신뢰하는 70대 이상 고령층

과기정통부 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60세 이상 인터넷 이용률은 83.1퍼센트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70대 이상에서 눈에 띄는 특징은 다른 연령대와 달리 유튜브를 통한 동영상 시청과 뉴스 소비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전체의 62.9퍼센트가 유튜브를 주요 검색 도구로 사용하고 있으며 신뢰하는 플랫폼으로 꼽은 비율도 56.6퍼센트로 가장 높았다. 이는 고령층이 단순히 오락 영상뿐 아니라 사회적 정보와 시사 뉴스를 유튜브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문이나 방송 기사를 텍스트로 접하기보다 유튜브 영상을 통해 간접적으로 소비하는 경향이 뚜렷해진 것이다.

개인 맞춤형 알고리즘의 함정

유튜브는 이용자의 시청 기록과 선호도를 기반으로 영상을 추천한다. 문제는 고령층의 경우 비판적 수용 능력이 떨어지고 추천 결과를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자신과 같은 의견만 반복적으로 접하는 ‘필터 버블’이 강화된다. 정치적으로는 보수 성향 계정에는 보수적 영상이, 진보 성향 계정에는 진보적 영상이 점점 더 많이 노출되는 패턴이 확인됐다. 이는 자신이 믿는 생각이 옳다는 확신을 강화시키고 상대 의견에 대한 적대감을 키운다. 최근 사회 갈등 사건에서 드러났듯 이런 편향된 정보 소비는 때로 극단적 행동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중독과 인포데믹 위험

노년층에서 유튜브 의존이 과도해질 경우 단순한 정보 편향을 넘어 중독 문제가 발생한다. 끊임없이 울리는 알림과 추천 영상은 손가락을 멈추지 못하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현실 세계의 대인 관계는 점차 줄어들고 온라인 속 댓글과 영상에 더 깊이 몰입하게 된다. 특히 노인들은 사실 확인 능력이 약화돼 잘못된 건강 정보에 쉽게 현혹된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유튜브발 허위 정보가 일부 고령층에서 백신 거부로 이어진 사례는 대표적이다. 건강 문제뿐 아니라 사기 피해나 잘못된 금융 정보로 인한 경제적 손실 가능성도 커진다.

사회적 단절과 고독의 심화

전문가들은 노년층의 디지털 중독이 방치될 경우 ‘깔때기 효과’가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정보 편향과 고립이 심해지면서 현실 세계의 관계가 단절되고 우울과 불안이 심화되는 것이다. 결국 유튜브 화면 속에만 몰입하는 시간이 늘어나며 사회적 고독은 깊어진다. 이는 노인의 정신건강 악화와 더불어 공동체 차원의 문제로 확산될 수 있다. 가족과 이웃과의 교류가 줄고 사회적 의사소통에서 소외되면 노년의 삶은 더욱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대응 방안과 정책적 과제

문제 해결을 위해 전문가들은 세 가지 대응 방안을 제시한다. 첫째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확대다. 노인들이 온라인 정보의 진위를 가릴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는 플랫폼의 책임 강화다. 유튜브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노년층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해 건강 정보 검증과 편향 방지를 위한 조치를 의무화해야 한다. 셋째는 국가 차원의 정책 수립이다. 노년층의 미디어 중독 문제를 사회적 차원에서 관리하기 위해 공공기관과 지역사회가 협력해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

순기능과 균형 잡힌 접근 필요

물론 유튜브가 노년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측면도 분명히 존재한다. 정보 접근성을 높여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고 취미 생활을 확장하거나 세상과 연결되는 창구 역할을 한다. 손주와 함께 콘텐츠를 즐기거나 관심 분야 강좌를 수강하면서 삶의 활력을 얻는 경우도 많다. 중요한 것은 적절한 균형이다. 유튜브라는 도구가 삶을 확장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사회 전체가 균형 잡힌 이용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결론, 따뜻한 관심과 소통이 해답

노년층의 유튜브 의존과 중독 문제는 단순히 개인 습관의 차원이 아니라 초고령사회의 구조적 과제다. 알고리즘에 의한 편향과 중독을 막기 위해 교육과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며 무엇보다도 가족과 사회의 따뜻한 관심과 소통이 필수적이다. 스마트폰 화면 너머에도 여전히 중요한 현실 세계가 존재한다. 고령층이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을 누릴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함께 귀 기울이고 실천하는 노력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