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예방 속설을 넘어 과학으로 접근할 때다

바둑이나 고스톱 같은 두뇌 게임을 자주 두면 치매를 예방한다는 말은 오래된 속설이다. 누구나 따라 하기 쉽고 들으면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의료 전문가들은 이를 과도하게 믿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한다. 치매는 뇌 신경세포의 구조적 손상으로 발생하는 복합 질환으로 단순한 취미 활동만으로 근본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 다만 취미 활동은 삶의 질을 높이고 인지 자극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보조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칼럼은 치매의 기전과 증상, 두뇌 활동의 한계와 역할, 그리고 실효성 있는 예방 전략을 세 가지 소주제로 나누어 과학적 근거를 중심으로 설명한다.

치매의 본질과 증상 이해하기

치매는 기억력 저하로 대표되지만 그 본질은 신경세포 내 이상 단백질의 축적과 신경망의 붕괴다. 대표적 병리 기전은 베타 아밀로이드의 축적으로 신경섬유 다발을 형성하고 콜린계 신경전달물질의 기능을 손상시키는 과정이다. 임상적으로는 초기의 시간 인지 장애, 중기의 장소 인지 장애, 말기의 사람 인지 장애로 이어지는 전형적 경과를 보인다. 초기에는 최근의 기억이 잘 떠오르지 않아 강의 내용이나 약속을 잊는 일이 잦아지고, 중기에는 익숙한 길에서도 길을 잃거나 장소를 식별하지 못하며, 말기에는 가까운 가족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현재 시판되는 콜린분해효소 억제제는 중증 진행 후에 제한적 효과를 보이는 경우가 있어 근본적 해결책으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조기 진단과 생활습관 개선이 핵심적이다.

바둑 고스톱은 보조적 자극일 뿐 근본 치료는 아니다

바둑과 고스톱은 인지 자극을 제공하고 사회적 교류를 촉진하기 때문에 뇌 활동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오랜 습관으로 익숙해진 활동은 치매 초기도에도 비교적 잘 유지되는 경향이 있어 관찰상 치매 환자가 여전히 바둑을 둘 수 있다는 사례를 흔히 접한다. 그러나 이것은 이미 학습된 절차 기억이 상대적으로 보존되는 인지 영역의 특성 때문이지 병리적 진행을 멈추게 하는 증거는 아니다. 역학적 연구는 다양한 인지활동이 치매 위험을 낮추는 연관성을 보이지만 인과관계를 확정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 특히 두뇌 게임만으로 혈관성 위험요인이나 단백질 염증 반응을 제어할 수는 없다. 바둑과 고스톱은 삶의 활력과 정서적 안정에 기여해 우울증을 줄이고 사회적 고립을 완화하는 부가적 가치가 있지만, 치매 예방의 핵심 전략으로 단독 의존하면 안 된다.

검증된 예방 전략 지피지기 원칙과 정책적 지원

전문가들은 약물 대신 생활습관 중심의 예방을 권한다. 이동영 교수의 지피지기 원칙, 즉 지키자 피하자 지속하자 기쁘게 하자는 메시지는 실용적 지침을 제공한다. 첫째 뇌혈관을 지키는 것이다.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 등 심혈관 위험요인을 철저히 관리하면 뇌혈관 손상을 줄여 치매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둘째 과식과 과음은 피해야 한다. 과체중과 만성 대사성 상태는 신경염증을 촉진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셋째 규칙적 운동을 지속하라.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병행하면 해마 용적 유지와 인지 기능 개선에 도움이 된다. 넷째 정서적 안정을 유지하라. 우울과 스트레스는 해마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어 기쁘게 활동하는 삶의 태도가 예방에 기여한다. 개인 차원뿐 아니라 공공 보건 관점의 개입도 중요하다. 지역사회 기반의 인지 건강 프로그램, 고위험군 표적 스크리닝, 수면과 우울 등 정신과적 문제에 대한 조기 개입, 그리고 고령층의 사회적 고립을 줄이는 커뮤니티 프로그램은 장기적 관점에서 치매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의료 접근성 향상과 예방교육 강화, 그리고 일상 속 인지 활동을 장려하는 공공 인프라 투자도 병행되어야 한다.

결론 일상과 사회가 함께하는 치매 예방 전략이 필요하다

바둑이나 고스톱 같은 두뇌 게임은 인지 자극과 사회적 유대를 제공하는 중요한 생활 요소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치매를 예방한다는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 치매 예방의 핵심은 혈관과 대사 위험을 관리하고 규칙적 운동과 올바른 생활습관을 지속하며 정서적 안정을 유지하는 데 있다.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지피지기 원칙과 더불어 사회적 지원과 의료 시스템의 개입이 결합될 때 실효성 있는 예방이 가능하다. 결국 치매 예방은 개인의 취미 활동을 넘어서 사회 전체가 함께 설계하고 실행해야 할 공중보건 과제다. 어제의 바둑 한 판이 오늘의 즐거움이 되도록, 그리고 그 즐거움이 건강한 노년으로 이어지도록 우리 사회가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