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기피 확산, 아이들의 권리마저 빼앗기나

세월호 참사와 초등생 용변 사건은 우리 사회에 소풍 폐지론이라는 새로운 논쟁을 불러왔다. 교사의 법적 책임을 면제하는 법까지 시행됐지만, 일선 학교 현장에서 소풍과 현장체험학습을 기피하는 분위기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그러나 소풍은 단순한 야외 활동이 아니라 세대와 사회를 잇는 중요한 학습의 장이었다. 안전의 중요성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아이들의 권리와 교육적 가치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1. 사고 이후 심화된 소풍 기피 현상

2017년 대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겪은 사건은 교사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버스 안에서 갑자기 화장실이 급해진 여학생을 어쩔 수 없이 버스 안에서 용변을 보게 한 뒤 휴게소에 내려 부모에게 인계한 일이 아동학대로 규정된 것이다. 법원은 벌금형을 선고했고, 이는 교사 사회 전반에 불신과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이 사건은 세월호 참사 이후 불거진 소풍 폐지론을 더욱 가속화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교사가 무슨 잘못이 있느냐. 차라리 소풍을 없애자"는 의견이 올라왔고, 일부 학부모는 위험 부담을 이유로 강하게 지지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서울 지역 학교의 소풍·견학 건수는 전년 대비 3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각 교육청이 인솔 인력 지원과 안전 대책을 강화하고 있지만, 교사들의 두려움과 학부모의 불안 심리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2. 소풍이 지닌 역사적·교육적 가치

오늘날 소풍이 안전 문제로 기피 대상이 되고 있지만,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소풍은 아이들에게 인생의 소중한 학습장이었다. 1980년대 후반까지 한 학급의 평균 학생 수는 70명에 달했지만, 교사들은 수십 명의 학생을 인솔해 산과 들로 소풍을 데리고 갔다. 당시의 소풍은 단순한 나들이가 아니라 사회성·공동체 의식을 배우는 교육적 공간이었다.

가난했던 시절, 도시락을 가져오지 못한 아이가 나무 뒤에 숨어 울던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선생님이 몰래 건네준 김밥 한 줄이 아이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따뜻한 추억이 되었다. 친구들과 나누는 김밥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배려와 공동체 정신을 가르치는 교육적 도구였다. 따라서 소풍을 단순히 구시대적 유물이나 위험 요소로 치부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다. 일본에서도 여전히 소풍을 '엔소쿠(遠足)'라 부르며 중요한 학교 행사로 이어가고 있다.

3. 안전과 권리의 균형 필요

아이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지나친 두려움이 아이들의 권리와 경험을 앗아가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소풍은 바람을 맞으며 즐겁게 노니는 '소풍(逍風)'이라는 고유의 의미를 갖고 있다. 교실과 사교육에 갇힌 아이들에게 소풍은 교사와 함께 자연 속에서 호흡하며 배우는 드문 기회다.

따라서 문제의 본질은 소풍 자체가 아니라 안전 시스템의 미비와 책임 전가 구조다. 교사의 민형사 책임을 면제하는 법적 장치가 시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피 현상이 이어지는 것은, 제도적 보완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방증이다. 교육청과 학교는 안전 교육 강화, 사고 발생 시 명확한 대응 매뉴얼 마련, 인솔 인력 확대 등 실질적 대책을 더 보강해야 한다.

결론: 아이들의 권리를 지키는 사회적 합의 필요

소풍은 단순한 과거의 추억이 아니라 아이들이 사회성을 배우고 공동체를 경험하는 중요한 교육 과정이다. 물론 사고 예방과 안전 확보는 최우선 과제다. 그러나 안전을 이유로 소풍 자체를 기피하거나 없애는 것은 아이들의 권리를 박탈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우리 사회는 교사의 부담을 줄이고 학부모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동시에,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배울 권리를 지켜줄 합리적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바람을 맞으며 뛰놀던 소풍의 기억은 단순한 유희가 아니라 교육의 한 축이었다. 시대가 변했어도 아이들의 웃음과 배움은 변하지 않는다. 안전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의 권리까지 빼앗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