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 세제 개편 방향

4차 산업혁명은 디지털 전환,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기술적 진보가 경제 구조를 빠르게 재편하는 시대다. 생산과 분배의 방식이 바뀌고 일자리 패러다임이 전환되면서 기존의 세제 체계는 점차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게 된다. 세제는 단순한 조세 징수 수단을 넘어 경제적 행위를 유도하고 불평등을 완화하며 혁신을 촉진하는 정책 수단이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세제 개편 방향을 고민하는 일은 국가 경쟁력과 사회적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필수 과제다.

1. 디지털 경제 과세의 공정성 확보

첫째, 디지털 플랫폼과 데이터 기반 서비스의 과세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전통적 과세는 물리적 생산과 고정된 영업장소를 전제로 하지만 플랫폼 기업은 국경을 넘나들며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따라서 디지털 서비스의 부가가치에 적절히 과세하기 위해 매출기반 과세, 디지털서비스세(DST) 도입 검토, 전자적 사업자의 원천징수 강화 등 다양한 방식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중복과세와 국제적 분쟁을 피하기 위해 OECD 등 다자간 협의체와의 협력을 통해 국제적 룰을 반영해야 한다. 또한 데이터 거래와 플랫폼중개로 발생하는 부가가치를 투명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신고·투명성 규정을 강화해 조세 회피를 예방해야 한다.

2. 연구개발과 인력 재교육을 촉진하는 조세 인센티브

둘째, 혁신 촉진을 위한 선택적 세제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 인공지능과 첨단기술 개발에는 장기적인 투자와 고급 인력이 필요하므로 연구개발(R&D) 세액공제의 확대, 기술 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 상한 완화,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 등 적극적 지원이 요구된다. 동시에 노동시장의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재교육·직업훈련에 대한 비용을 세액공제 항목으로 포함하거나 개인·기업이 재교육 프로그램에 지출한 비용을 공제해 전직과 평생학습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 다만 과도한 세제 혜택은 재정 부담과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성과 기반의 환류 장치를 도입해 지원의 효율성을 검증해야 한다.

3. 플랫폼 노동과 자동화에 따른 조세·복지의 재설계

셋째, 플랫폼 노동자와 자동화로 소멸하는 일자리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조세·사회보장 제도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플랫폼 경제에서는 소득의 불안정성과 비정형 고용이 증가하므로 소득세 체계는 보다 유연해져야 한다. 예컨대 중간 소득층과 저소득 프리랜서에 대한 세액 공제나 과세표준 조정으로 과도한 세부담을 완화하고, 플랫폼 사업자가 부담해야 하는 사회보험 분담 구조를 명확히 해야 한다. 또한 자동화로 인한 생산성 이익이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경우 이를 사회적 재분배로 연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자동화 장비에 대한 보유세나 로봇세를 논의할 수 있다. 이때 로봇세는 단순 징수 목적이 아니라 자동화 혜택을 사회적 안전망으로 환원하는 구조로 설계되어야 한다. 아울러 조세 수입을 활용한 기본 소득 실험이나 고용 전환 프로그램의 재원으로 사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가치가 있다.

결론: 기술중립적이면서 형평성 있는 세제 전환

결론적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세제 개편은 기술 발전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공정성과 재정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디지털 경제에 맞는 과세 규칙의 국제적 정합성 확보, 혁신과 인력 재교육을 촉진하는 성과 기반의 세제 인센티브, 플랫폼 노동과 자동화에 대응하는 조세·사회보장 체계의 재설계가 핵심 과제다. 무엇보다 세제 개편은 단기적 재정 논리만으로 접근해서는 안 되며 경제 구조 변화와 사회적 가치 전환을 반영하는 장기적 전략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업과 시민사회, 학계가 참여하는 공개적 논의와 파일럿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효과를 검증하고 점진적으로 제도를 정비해 나가야 한다. 세제는 시대의 도구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시대에 맞춰 조세 체계를 혁신할 때 한국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포용적 사회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