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 모델의 지속 가능성
공유경제는 한때 ‘소유에서 사용으로’라는 새로운 소비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차량을 소유하지 않고 필요할 때만 빌려 타거나, 집을 직접 구매하지 않고도 단기 임대를 통해 전 세계를 여행할 수 있는 방식은 많은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에어비앤비(Airbnb), 우버(Uber), 그리고 국내의 쏘카, 당근마켓과 같은 플랫폼들은 공유경제 모델의 가능성을 입증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공유경제 모델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수익성 확보의 어려움, 사회적 갈등, 규제 문제, 환경적 효과에 대한 회의론 등이 동시에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1. 공유경제의 부상과 기대
공유경제는 자산을 소유하기보다 필요할 때 빌려 쓰는 ‘접근(Access)’의 개념에 기반한다. 이는 자원의 효율적 활용과 비용 절감이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개인이 사용하지 않는 유휴 자산을 공유해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이용자는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사회적으로는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줄이고 환경 친화적인 소비 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기대도 컸다. 특히 젊은 세대는 자동차, 주택, 사무실 등 고가의 자산을 직접 소유하기보다 공유를 통해 접근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이러한 변화는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한다’는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더욱 확산되었다.
2. 현실로 드러난 한계와 문제점
그러나 공유경제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여러 문제에 직면했다. 첫째, 수익성의 문제다. 다수의 공유경제 플랫폼이 빠르게 성장했음에도 여전히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구축하지 못했다. 우버와 리프트 같은 글로벌 차량 공유 서비스는 막대한 투자금을 바탕으로 성장했지만, 수년간 적자를 면치 못했다. 에어비앤비 역시 팬데믹 이후 규제와 수요 감소로 수익성 악화를 겪었다. 둘째,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차량 공유 서비스는 기존 택시 산업과 충돌했고, 숙박 공유 서비스는 임대료 상승과 지역사회 갈등을 불러왔다. 셋째, 규제 문제가 크다. 공유경제 모델은 기존 법과 제도를 우회하거나 무력화하는 경우가 많아 사회적 반발을 샀다. 안전 문제와 노동자 보호 문제도 심각하게 제기되었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자영업자로 분류되면서 사회보장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불안정 노동 구조라는 비판을 받는다.
3. 환경적 효과에 대한 논쟁
공유경제가 친환경적이라는 초기 기대 역시 재검토되고 있다. 차량 공유 서비스는 개인 차량 소유를 줄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오히려 도심 교통량을 늘리고 탄소 배출을 악화시켰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숙박 공유 역시 지역 내 에너지 사용량과 쓰레기 배출을 증가시켜 기존 호텔 산업보다 친환경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즉, 공유경제의 환경적 효과는 서비스 설계와 이용 패턴에 따라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는 복합적인 양상을 보인다.
4. 지속 가능성을 위한 조건
그렇다면 공유경제가 지속 가능한 모델로 자리잡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일까. 첫째, 공정한 규제 체계의 마련이 필요하다. 기존 산업과의 형평성을 고려하면서도 혁신을 저해하지 않는 균형 있는 규제가 중요하다. 둘째, 플랫폼 노동자의 권익 보호가 필요하다. 안정적인 소득 보장, 사회보험 적용, 노동 환경 개선 없이는 공유경제의 사회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셋째, 지역사회와의 상생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에어비앤비가 각 도시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을 줄이기 위해 지역세를 부과하거나 숙박 허용 구역을 지정하는 방식은 참고할 만한 사례다. 넷째, 환경적 효과를 강화할 수 있는 설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차량 공유 서비스가 대중교통과 연계되어 이동 효율성을 높이도록 설계된다면 친환경 효과를 실질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
결론: 진화하는 공유경제
공유경제는 초기의 이상적 기대와 달리 여러 한계와 문제를 드러냈다. 그러나 이는 공유경제가 실패한 모델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지금은 ‘성장통’을 겪고 있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지속 가능한 공유경제를 위해서는 공정한 제도 설계, 노동자 권익 보호, 지역사회와의 협력, 환경적 효과 강화라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단순히 자원을 나누어 쓰는 차원을 넘어, 사회적 가치와 지속 가능성을 함께 추구할 때 공유경제는 새로운 경제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공유경제의 미래는 기술과 자본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와 신뢰를 기반으로 구축되는 지속 가능한 시스템에 달려 있다.